'한국판 뉴딜' 시동 건 文대통령, 정의선·한성숙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0.07.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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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2025년까지 전기차 세계시장 10% 점유"
한성숙 "데이터센터, 단순 저장 넘어 브레인센터로"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 생존과도 연관돼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반드시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도록 해내겠습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지금까지의 데이터센터가 기록과 저장에 충실했다면, 미래는 똑똑한 '브레인센터'가 될 것입니다. 이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로봇을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분야는 달랐지만 지향점은 동일했다.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신성장동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포부는 그랬다. 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실시간 화상 연결로 참여한 정 수석부회장과 한 대표가 제시한 청사진이다. 현대차는 ‘그린 뉴딜’ 부문에서, 네이버는 ‘디지털 뉴딜’ 방면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2018년 9월, 그룹내 실질적인 수장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2개월 간 사업구조의 실질적인 체질개선을 끊임 없이 추진해왔다. 사업구조를 내연기관 중심에서 'MㆍEㆍCㆍA(모빌리티ㆍ전동화ㆍ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 중심으로 전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사업 확대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그린뉴딜 대표 연사로 나서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를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NE'로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는 20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고, 최대 450㎞ 주행할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 제네시스 3개 브랜드는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100만대 판매,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방문, 기술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넥쏘(NEXO)는 지난해 국내ㆍ외 시장에서 4,987대를 판매, 전세계 수소전기차 판매 부분에서 1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2025년까지 1,600대가 유럽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시스템' 성능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140여개 협력업체들과 공동 개발을 통해 향후 3~4년 내 수명을 두 배로 늘리고, 원가를 절반 이하로 낮춘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스템은 선박, 열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빌딩, 발전소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제로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스타트업, 중소부품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뉴딜’의 대표주자로 나선 한 대표는 네이버가 가진 잠재 성장성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는 현재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의 역점 사업으로 밀고 있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물론 친환경 인프라와 소상공인 상생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화상으로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한 대표는 "이 곳은 지난 20년간 네이버 이용자들의 일상 기록과 다양한 정보가 모여있는 커다란 데이터댐"이라며 "팔만대장경을 보관해 온 해인사 장경각에서 이름을 따온 데이터센터 각은 자연 바람을 활용해 서버 열을 관리해 전국 데이터센터 중에서 전력효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전했다.

네이버는 AI로 분석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깜짝 선물도 내놨다. 한 대표는 "네이버는 데이터의 가능성과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우리의 데이터가 AI 연구와 여러 산업에 자유롭게 활용돼 4차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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