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아들만 되나요"... 홀로 어머니 장례 치른 막내딸의 호소

입력
2020.07.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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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자가격리 면제라도 입국자 병원출입 통제"
언니들은 입국 못하고 오빠는 장례식장에 못 들어와
박 시장 아들은 프리패스... "병원 측 특혜 아닌가요?"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 마지막 길 배웅할 수 없다는 것, 처음엔 이해했어요.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되는데 서울시장 아들은 되는 건가요?"

4남매 중 막내딸인 A(46)씨는 지난달 초순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혼자 어머니 발인식을 치렀다. 해외에 거주하는 언니오빠들이 함께 했어야 했지만, 서울 시내 대형병원 장례식장 4곳으로부터 "해외 입국자는 병원에 머무를 수 없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원칙상 해외입국자는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직계 존ㆍ비속이나 형제 자매가 사망했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자가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A씨는 병원 측에 예외 조항을 이야기했지만 소용 없었다. "자가격리를 면제받는 것과 병원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 병원 입장이었다. 만약 해외 입국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장례식장을 이용한 뒤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원 폐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병원까지 있었다. 한 대학병원은 "방호복을 착용하면 20분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절차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어머니가 숨을 거둔 날 언니와 오빠가 자가격리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외 영사관에 사망진단서까지 보내는 등 철저하게 준비한 터라 A씨의 상심은 더 컸다. A씨는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니들은 입국을 포기했고, 격리 면제 서류까지 받고 들어온 오빠는 병원 근처도 못가고 장지에만 왔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입국 후 공항에서 직행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 A씨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대병원에 따졌지만 "우리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 하는 것"이라는 말만 돌아 왔다.

최근 상을 치렀던 이들 사이에서는 "자가격리 면제라도 신종 코로나 확산 위험시설인 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일반 시민은 입장할 수 없음에도 박 시장의 아들은 가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나 내원객도 해외 방문 및 자가격리 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한다"며 "특히 3일이나 병원에 머무는 상주는 해외입국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데, 방호복 착용이나 머무는 시간 제한 등 복잡한 조치를 거쳐야 상주 역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자가격리 면제가 곧 상주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며 "현재 우리 병원은 방호복을 입은 채 입관식 30분 정도만 식장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신씨가 병원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주신씨의 식장 입장 및 상주 역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상주가 해외입국자인지 자가격리자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며 "그런 사항은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신씨의 검역ㆍ입국 절차가 남들보다 빨리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격리 면제서'에 따르면 자가격리 면제를 위해선 입국 즉시 임시격리시설에 1박 2일간 입소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모친상 때문에 급히 입국한 A씨 오빠도 경기도 소재의 한 격리시설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하지만 주신씨는 11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6시간 만인 오후 8시40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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