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재현(50ㆍ구속) 옵티머스 대표가 평소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의 친분을 주변에 과시했었다는 회사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 특보는 김 대표와 한양대 선후배 관계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임 특보와 김 대표의 교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김 대표의 일방 주장이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14일 옵티머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 회사 전직 고위 임원 A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임종석이 (한양대) 서클 선배다’라고 자랑하듯 얘기하곤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이 형님(임 특보)이 내 전화를 잘 안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와 임 특보가 친한 사이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서클 선후배 정도인 것 같았다”며 “어떤 서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두 사람 간에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던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A씨 발언은 정ㆍ관계 인맥이 넓지 않은 김 대표가 사업 과정에서 대학 선배인 임 특보와의 인연을 과장하고 다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와 관련해 최근 야당에서 제기하는 ‘임종석 연루설’에 어느 정도 선을 그은 것이기도 하다. 임 특보는 한양대 공대 86학번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3기 의장을 지냈고, 김 대표는 한양대 법대 89학번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전대협 활동을 했다는 설도 나오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대표와 임 특보의 관계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핵심에 ‘한양대 인맥’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한 이혁진(53) 전 대표도 임 특보와 한양대 동문(경제학과 86학번)이며, 이 회사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윤석호(43ㆍ구속) 이사도 한양대 법대(98학번) 출신이다. 한양대 출신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임 특보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려 왔다.
김 대표는 옵티머스 합류 이전까진 금융투자업계에 뚜렷한 인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6년부터 라오스에서 해외농장을 개발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가공ㆍ유통하는 사업체 ‘에코프라임’을 경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에 이어 그가 옵티머스 대표로 취임한 시점은 2017년 6월이다. 당시 두 사람은 경영권을 놓고 극심한 분쟁을 겪으며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이와 관련, 당시 상황을 잘 아는 A씨는 김 대표가 ‘인맥 확장’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농장 사업을 하다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옵티머스에 들어온 김 대표는 원래 인맥이 넓지 않았다”며 “옵티머스 역시 경영진 구성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사정이 궁색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금융권 선배들을 통해 펀드 판매를 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하면서 회사 구성원들을 안심시켜 나갔다”고도 했다.
이런 정황상 김 대표가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임 특보와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A씨의 해석이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만 보면, 이 전 대표가 지금의 옵티머스 사태의 배후처럼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이 전 대표가 경영권을 잃은 이후엔 회사 일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