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들 소집한 신동빈 롯데 회장, '포스트 코로나' 밑그림 그린다

입력
2020.07.14 09:44
계열사 대표, 지주 임원 등 90여명 모여
사상 첫 비대면 화상 회의
상반기 실적 점검 및  하반기 경영전략 논의


14일 오전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주요 경영진들과 '포스트 코로나' 극복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하반기 경영 회의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첫 비대면 화상 회의로 진행되는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백화점, 호텔, 식품 등 주요 사업 부문 실적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 등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이날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임원, 계열사 대표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0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ㆍ옛 사장단 회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90여명의 참석자들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소공동 롯데빌딩,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 등 3개 거점에 마련된 8개 회의실에 소그룹으로 모여 VCM에 참여한다. 회의실들은 화상 회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기존에는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4개 사업 부문별로 하루씩 회의 후 신 회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4, 5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하루에 끝낸다. 롯데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업부문별로 계열사들이 모여 중장기 성장 전략, 시너지 창출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사업 부문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경영계획을 보고 받는다. 그룹의 주요 전략과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은 '뉴 노멀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을 주제로 잡았다.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이 힘을 잃고 비대면, 원격 접속 기반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가 예상되는 만큼, 신 회장은 공격적인 디지털전환(DT) 추진 등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줄곧 '근무 혁신'을 강조해 왔던 신 회장은 지난 5월 국내 경영 복귀 직후에도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며 대기업 최초 주 1회 재택근무 의무화, 임직원 복장 자율제 도입 등을 실행한 바 있다. 이날 VCM에서는 유연한 조직을 넘어 각 사업 부문별로 구체적인 성장동력 발굴, 실적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 시행 방안 등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는 정보기술(IT) 업계 대비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사업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가 심각하다. 1분기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급감했다. 롯데칠성음료 영업이익은 67.7% 감소한 62억원에 그쳤다.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영업손실 791억원, 86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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