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고향 마을 뒷산에서 영면에 들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13일 오후 5시30분 경남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동장가마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가 앞. 스님들의 종교의식에 이어 박 전 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집으로 들어오자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한 유족은 “대통령돼서 올 줄 알았더니 유골함이 웬말이냐”라며 통곡했다. 또 다른 유족도 평상을 내리치며, 오열했다. 일부 지지자들 역시 생가 앞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면서 제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유족 측은 생가에서 5분 동안 취재진에게 장례를 공개했다.
이곳 생가에서 10여분 동안 제사를 마친 영정과 유골함은 곧 마을 뒷산 선영 장지로 향했다. 유족들은 줄지어 장지에 도착한 뒤 사전에 미리 파놓은 가묘에 유골함을 넣고, 절을 올렸다. 유족들은 박 전 시장의 유골함이 땅 속에 묻히자 또다시 오열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한 마을 주민은 “가끔씩 고향에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떠났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 고향에서 편히 쉬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시장의 고향마을은 운구차량이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차량과 인파가 몰려 때아닌 교통 혼잡을 보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길목 곳곳에 배치돼 인근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마을 인근 주민들도 집 앞에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박 전 시장 집 이웃에 살았다는 장모(82) 할머니는 “스무살 무렵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면서 박 시장에 대한 기억은 가물하지만 그의 누나와는 함께 자랐다”며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인생이 참 허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장지에 함께 동행하고자 했으나 유족 외에는 입장을 불허해 발걸음을 돌렸다.
박 전 시장의 생가로 가는 길목에서는 손 소독과 발열체크, 이름, 연락처 등을 작성한 뒤 파란색 스티커를 옷에 부착한 뒤에야 통과할 수 있었다. 먼저 생가에 도착해 있던 유족들은 집 안 평상에 앉아 박 전 시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오후 4시 쯤 생가를 방문해 참배했다.
이날 운구차량은 박 시장에 대한 화장을 끝내고 서울시청을 둘러본 뒤 낮 12시50분쯤 서울을 출발했다.
창녕=박용기 기자 yg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