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지방의 폭우 피해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달 넘게 비가 그칠 줄 모르면서 1998년 대홍수 당시 강우량을 넘어섰고, 주요 강의 수위는 한계치에 육박해 범람 위험에 처했다. 여기에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재확산 우려까지 겹쳐 “최악의 위기는 아직 닥치지 않았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예젠춘(葉建春) 중국 수리부 부부장(차관)은 13일 국무원 브리핑에서 “홍수로 전국 433개 하천이 경계수위를 넘었다”며 “이 중 33곳은 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피해가 집중된 창장(長江) 유역의 경우 지난달 이후 평균 강수량이 98년 대홍수 당시보다 54.8㎜ 많은 369.9㎜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었던 후베이성 우한은 하천 제방이 언제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보증수위까지 불과 1m만 남겨둬 1,000만 주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호가 위치한 장시성은 1급 경보를 발령해 사실상 전시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홍수와 재해 대응등급을 각각 3급에서 2급으로 높였다. 전날까지 141명 숨지거나 실종됐고 이재민은 3,789만명에 달했다. 경제적 피해도 커 주택 파손과 농경지 침수 등 직접적 손실만 822억3,000만위안(약 14조1,000억원)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상륙 가능성도 남아있다. 가오젠궈(高建國) 응급관리부 산하 국가재난방지위원회 위원은 “통상 7월 말~8월 초 태풍으로 강 수위가 7,8차례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아직은 자연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올해 피해규모가 98년 대홍수의 10배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염병 창궐 우려도 제기됐다. 홍수로 축사가 떠내려가 돼지들이 강물에 떠다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간 중국을 휩쓴 ASF의 경우 오염된 사료나 물, 음식물 찌꺼기 등을 통해 감염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큰 재난 이후에는 큰 전염병이 발병하기 마련”이라며 감염 돼지는 즉시 살처분 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9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해 대응의 관건인 중국 최대규모의 싼샤댐 수위가 6월 초에 비해 30m 낮다며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97년 댐 착공 후 21년 만인 2018년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 방문한 곳이다. 시 주석은 전날 “지금은 홍수 방지의 결정적 시기”라며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로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