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역사 시골약방, 관광명소 변신한다

입력
2020.07.13 16:21
괴산 칠성 '청인약방' 주인 신종철씨 괴산군에 약방 건물.부지 기부



60년 넘게 시골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 온 약방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된다.

충북 괴산군은 칠성면 도정리 '청인약방' 주인 신종철(88)씨가 약방 건물(33.7㎡)과 부지 (73㎡)를 최근  군에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약방의 재산가치는 2,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신씨는 "칠성면의 역사와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약방을 보존하고 싶다"며 옛 의약품 상자, 일기, 서적 등도 함께 기부했다. 

칠성면 토박이인 신씨가 이 약방을 차린 것은 62년 전인 1958년이다.  

청주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약방 허가증을 받은 신씨는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약방 이름을 '청인'이라 지었다. 

신씨는 약방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건강은 물론 마을 대소사까지 챙겼다. 글을 잘 모르는 주민을 위해 부고장을 써주고, 1,700쌍 이상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 

이웃들의 빚보증을 섰다가 40년에 걸쳐 수억원을 대신 갚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런 사연이 잡지와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인약방은 한 해 수천 명이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괴산군은 신씨의 뜻에 따라 약방을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목조 골격에 함석지붕을 얹은 약방은 시골 건물의 향취를 느끼게 한다. 약방 담벼락에는 칠성면 지명 유래를 담은 벽화가 있고, 옆에는 수령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와 고인돌 유적이 있다. 

이 약방이 괴산의 명소인 산막이 옛길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 좋은 연계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어르신께서 큰 뜻을 갖고 약방을 기부해주셔서 기쁘다"며 "청인약방이 오래 기억되고 지역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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