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9년 일한 서울시청 떠날 때... 빗물 속 눈물로 배웅한 지지자들

입력
2020.07.13 14:37
"흠결 없는 분" "억울함 풀겠다" 며 대성통곡
"코로나 상황 저렇게 모여도 되나" 비판 시선도 
서울추모공원서 화장후 고향 창녕으로 향해
지인들, 떠나는 박 시장 배웅

"아이고, 아이고. 우리 시장님 억울해서 어쩌나."

13일 오전 9시 40분쯤 서울시 청사 정문으로 고(故) 박원순 시장의 유족이 박 시장의 영정을 품에 안고 시민들 앞에 등장하자, 광장에 운집한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 남성은 "시장님, 나는 시장님 못 보내"라며 영정을 따라 운구차까지 뛰어가기도 했고, 한 50대 여성은 자리에 주저 앉아 "우리가 억울함을 풀어드리겠다"라며 대성통곡을 했다. 검은 색 셔츠를 입은 한 여성은 도로 한 복판에서 큰절을 하며 박 시장을 배웅했다.

박 시장을 추모하는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박 시장의 지지자들과 서울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광장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됐던 영결식이 온라인으로 변경됐지만, 수백여 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았다. 

앞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박 시장의 시신이 영결식을 위해 서울시청으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박 시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시청 유리창 앞에 서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74)씨는 "흠결이 없는 분이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안타깝다"라며 "조금이라도 시장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떠나질 못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주말에 조문을 하지 못했다며 출근길에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김지혜(31)씨는 "마지막 가시는 길 보러 왔다"며 "분향소에 오지 못했는데, 오늘 출근길에 와 조문을 하고 방명록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우산도 내팽개친 채 박 시장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행당동에 사는 양수열(79)씨는 "이 정도 비는 우산을 안 써도 괜찮다"라며 "우리 시장님 가시는 길에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지자들은 서울시청 내부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소규모로 진행된 영결식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며 박 시장의 관이 나오길 기다렸다. 박 시장의 영정이 등장하자 대부분 눈물을 흘리거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가지마세요"를 외치며 오열했다. 유족이 차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못 보낸다"며 차 앞을 가로 막기도 하는 등 소란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온라인 영결식을 진행했다고 해도 광장 앞에 모여든 시민들을 제지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저렇게 수백명이 모여 있으면 당연히 위험할 거 같은데, 시청에서 왜 사람들을 해산시키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계 종사자 이모(45)씨는 "집회도 다 금지하면서 저건 자발적으로 모이는 거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을 마친 뒤 박 시장의 시신은 오전 10시 50분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해 10시 57분부터 12시 17분까지 1시간 20분에 걸쳐 화장된 뒤,  오후 1시쯤 아들 박주신씨의 품에 안겨 박 시장의 고향이자 장지인 경남 창녕군으로 향했다. 유족의 뜻에 따라 묘소는 얕고 살짝 땅 위로 솟은 봉분 형태로 마련된다. 추모공원에 찾아온 100여명의 지인들과 지지자들은 유족들이 탑승한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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