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 보좌진으로 구성된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가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2차 가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13일 낸 ‘민주당은 2차 가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 제하의 성명서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이 제작한 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이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된 정황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치적 이해가 반영된 메시지를 시내 곳곳에 내걸어 박 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실을 부정하고, 시민들에게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이 우선순위에 둬야 했던 일은 2차 가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 아니라, 박 시장 죽음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향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동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박원순 시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고소당한 직후 죽음을 선택한 정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비극적인 선택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스스로 중단시켰다”고도 진단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태도 또한 도마에 올랐다. 국회페미는 “현수막뿐만 아니라,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공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잊고 박 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실을 음해로 치부하는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전례 없는 서울특별시장(葬)과 시민분향소 운영을 추진하고, 공식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며 권력자는 모든 것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과시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잘못된 대응으로, 박원순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하여 권위주의와 차별로 피해를 겪은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깊은 절망과 배반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신뢰가 훼손되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국민이 반으로 쪼개져 맹렬히 반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는 오히려 ‘펜스 룰’이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은 “여성 보좌진 채용을 앞으로 고심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일부 보좌진 단톡방에서는 피해자의 신상을 악의적으로 캐내는 일도 벌어졌다”며 “만일 여성 보좌진 채용을 줄이고 성별을 이유로 업무를 제한해 조직에서 더 낮은 지위에 가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음성적이고 악질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규탄했다.
국회페미는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성별이 여성인 비서에게 박 시장 죽음의 책임을 씌우는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조직 내 성폭력 문제가 일부 개인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성차별적이고 폐쇄적인 정치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발본색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