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주요국 5G망 구축… 삼성 '올해 5G장비 20% 점유' 목표 청신호

입력
2020.07.13 11:14
시장 1위 화웨이 배제 추세, 삼성에 반사이익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주요국의 5세대(5G)통신 주파수 경매 절차가 하반기 속속 재개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실적 향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통신장비 최강자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는 배제하겠다는 국가들이 늘고 있어 경쟁사인 삼성전자 입지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삼성은 올해까지 5G 장비 시장의 2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3.5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경매한다. 군사용으로 쓰이던 주파수를 5G망 구축에 내어주는 것으로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현지 주요 이통사가 참여할 전망이다. 대도시 위주로 시행 중인 미국 5G 서비스는 이번 경매를 통해 전국 범위로 확대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당초 상반기 5G용 주파수 경매를 시행하려던 유럽 국가들도 코로나19로 미뤄진 일정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 모바일 시장 인도는 내년 초 첫 5G 주파수 경매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11억5,600만명에 달한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을 뿐더러, 한 달 새 500만명가량이 늘어날 만큼 성장세도 강하다. 당초 연내 주파수 배분을 하겠다는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인도 정부는 2022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5G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릭슨은 2025년 인도 모바일 가입자 중 11%가 5G 서비스를 이용할 걸로 내다보고 있다. 

주파수를 낙찰 받은 통신사는 5G 기지국 등을 조성할 장비 구매에 나서는 것이 수순인 만큼 하반기부터 통신장비 시장이 대목을 맞을 거란 기대가 높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T모바일과 합병) 등 대형 이통사와 이미 5G 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터라 이번 3.5㎓ 주파수 경매 역시 매출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인도에서도 테스트장비 공급, 통신서비스 시연 등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대에 따른 트래픽(통신량) 폭증으로 상반기 지연됐던 통신장비 투자가 반등할 분위기"라며 "삼성전자와 국내 협력사의 수주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우방국을 중심으로 번지는 '반(反) 화웨이' 정책의 영향도 주목된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 정부의 제재 동참 요구에 따라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 이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까지 자국 5G망에 화웨이를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인도도 지난달 중국과의 유혈 분쟁 이후 "화웨이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화웨이 경쟁사들의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가 최근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낸 이통사 텔러스(캐나다)와 스파크(뉴질랜드)는 화웨이 고객사였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집계한 올해 1분기 5G 장비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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