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내년 4월 예정된 재ㆍ보궐선거는 서울과 부산이라는 최대 광역단체의 수장을 다시 뽑는 '미니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기존 두 곳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귀책 사유가 모두 기존 단체장들에게 있었던 만큼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야 하느냐는 문제부터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의 고민은 당헌 때문이다. 당헌 96조 2항에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ㆍ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년 7월 개정된 조항이다. 성추행 혐의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때 이미 논란이 됐지만, 제대로 된 정리 없이 흐지부지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같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성추행을 당한 직원의 고소가 있었지만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히기도 전에, 박 시장이 죽음을 선택하면서 이 사안을 둘러싼 귀책사유를 명확하게 따지기 더 어려워졌다. 당 내부에서도 "자신이 먼저 죄를 인정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당사자의 사망으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박 시장 사례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두 곳 모두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3월 대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 1,000만의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를 집권 여당이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상황 논리도 제기된다. 자칫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야당에 빼앗길 경우, 대선 레이스 자체를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결국 공은 8월에 뽑히는 차기 당 대표의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측 관계자는 12일 “당 대표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당원과 국민들의 의사를 종합해 정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국민과 약속한 당헌이 편의에 따라 해석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3월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낙연 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의원측 관계자는 “논의된 바가 없다. 지금 보궐 선거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 한 달 전 사퇴를 해야 한다는 점이 향후 당권 레이스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