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사후에도 끝나지 않은 ‘현충원 안장’ 논란… ‘친일파 파묘법’ 처리는?

입력
2020.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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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유족, 고인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결정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은 정무위 계류 중

 6ㆍ25 전쟁영웅이지만 일제 강점기 독립군에 총을 겨눴던 친일 부역자. 과거 행적을 놓고 현충원 안장 적절성 공방이 일었던 고(故) 백선엽 장군이 결국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히게 됐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ㆍ25 전쟁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전공 등으로 백 장군은 현행법상 현충원 안장 대상이다. 일제 강점기 행적 등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현충원 안장까지 막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여권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의 시신, 유골을 이장하도록 하는 일명 ‘친일파 파묘(破墓ㆍ묘를 파냄)법’을 추진하면서 백 장군 안장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국가보훈처와 육군 등에 따르면 백 장군이 10일 별세하자 유족 측은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고, 내부 심의를 거쳐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하기로 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국립묘지법) 제5조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현역군인 사망자, 무공훈장 수여자, 장성급 장교 등을 현충원 안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백 장군은 장성급 장교이자 무공훈장 수여자로, 국방부에 병역조회,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의뢰한 후 현충원 안장이 확정됐다”며 “탈영이나 범죄 사실 등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장대상심의위원회’도 따로 개최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 장군 장례는 육군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5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이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비는 등 예우를 갖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친일파 파묘법’ 발의한 민주당… “처리 노력할 것”

 그렇지만 백 장군이 ‘마음 편히’ 눈 감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백 장군이 별세하기 9일 전 김홍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명이 백 장군을 겨냥한 ‘친일파 파묘법(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서훈 취소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고, 자격을 상실한 대상자 유족에게 보훈처장이 시신이나 유골을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 명령을 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1943년 독립군 말살에 앞장선 '일본군 특수부대'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이 있는 백 장군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됐고 친일인명사전에도 등록됐다.

 현재 파묘법은 지난 2일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김홍걸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친일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하는 당의 기조와 친일 파묘법은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에 정무위 소속 의원들뿐 아니라 당 정책위와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76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파묘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면 정무위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처리도 어렵지 않다. 다만 정무위원장실 관계자는 “찬반 논쟁이 심한 사안이기 때문에 상임위를 열어봐야 본격 논의가 가능하다”며 “현재 상임위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이 굳이 ‘서울현충원’ 고집하는 이유는?

 보수 진영도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마냥 반길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과 육군협회 등은 백 장군이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야권 관계자는 “1955년 세워진 서울현충원은 사실상 ‘6ㆍ25 전사자 묘역’으로, 백 장군과 함께 싸웠던 전우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며 “6ㆍ25 전쟁영웅이라는 백 장군의 상징성을 고려해 전우들과 함께 서울현충원에 안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대전현충원은 보훈처로 관리 주체가 다를 뿐 둘 다 국립묘지다. 어디에 묻히든 예우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은 이미 포화 상태라 묻힐 공간도 없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공간이 없다면 여유가 있는 국가유공자 묘역에라도 백 장군을 모셔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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