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부터 '보안법' 교육... 홍콩 새 교육과정에 우려 목소리

입력
2020.07.12 16:42
중국사 필수로... 中 '국가' 모독 땐 학교가 신고할 수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싹'부터 자를 기세다.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국가법'을 기반으로 홍콩 청소년들에게 친(親)중 의식 고양과 반(反)중 감정 희석을 도모하는 새 교육 방침을 도입한다. 이른바 '준법의식' 조기교육이다. 이를 두고 교육의 정치화와 학문의 자유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오는 가을학기부터 유치원생들에게 홍콩보안법을 배우도록 교육과정을 정비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각급 학교들은 교내에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내용의 표어를 게시해야 한다. 교내에서 중국 국가를 모욕하는 행위가 발생하면 학교 차원에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중등학교에서 중국사는 필수과목이 되고, 의무교육 과정에서 속해 있는 인문학의 내용은 교육당국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반중 의식이 커지자 홍콩 당국이 사실상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는 이미 시행되기 시작했다. NYT는 케빈 융(楊潤雄) 홍콩 교육장관의 지시로 지난 8일부터 학생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노래 격인 '영광이 다시 오기를(Glory to Hong Kong)'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교내에서 인간 사슬을 만들거나 정치적 슬로건을 표시하는 것도 불허됐다. 융 장관은 지난 5월에 이미 "학생들이 홍콩에서 성장하고 중국 본토에서 경력을 쌓으려면 홍콩보안법에 대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홍콩 당국의 이 같은 강제적인 조치에는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게 정설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한 포럼에서 "학교가 교육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교과서와 자치활동 등이 정부와 경찰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에 따라 학교에서 국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학생들의 준법의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간 홍콩이 누려 왔던 학문적 자유의 훼손이다. 브루스 루이(呂秉權) 홍콩침례대 언론학 강사는 "경제학에서 우주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학문 분야가 홍콩보안법에 관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도 "이데올로기적 통제가 홍콩의 자유 학문 명성을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친중 정치인인 레지나 입(葉劉淑儀) 신민당 대표는 "비판적 사고가 공격성 훈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홍콩 당국을 옹호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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