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박원순 죽음, 대한민국을 어떻게 나누었나"

입력
2020.07.12 11:04
"박 시장 죽음, 동정과 동시에 의문 불러 일으켜"
CNBC "한국은 대체로 남성 중심 사회로 남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두고 대한민국이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는 주요 외신들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면서 여전히 '미투(#Me Too)'운동 고발자에 대한 비난이 나오는 한국은 남성 중심적 사회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CNN방송과 CN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이 박 시장의 죽음으로 인해 양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서울시장의 죽음은 개혁 성향의 정치인과 자칭 페미니스트로서의 경력을 쌓아온 남성에 대한 동정과 동시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방송은 전했다. CNBC는 "'한국 정치의 거물'이었던 박 시장은 사실상 대권후보였기에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CNN방송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는 참여연대 등 많은 단체를 설립했던 박 시장은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그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두고 대한민국의 여론이 나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은 "박 시장의 업적을 기리는 시민들은 5일장으로 치러지는 서울특별시장에 찬성하고 있으나 현재 그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이는 무리라고 보는 그룹으로 양분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을 추모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반면 "(성추행 혐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공직자 누구라도 이런 의혹에 휘말리는 건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박원순씨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청원에 50만명이 찬성한 상태다. 특히 그가 1998년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를 첫 번째로 승소로 이끄는 등 여성 인권의 대변자였기 때문에 그의 성추행 의혹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외신들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주의라는 지적도 내놨다. CNBC는 "한국에서 여권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성이 유명인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이 여성에 대한 공격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한국 사회는 대체로 남성 중심 사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은 현재 여성혐오로 여겨지는 가부장적 성 문화에 대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며 "정치인들도 이러한 반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송은 대표적 사례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꼽았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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