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병'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서구식 식생활의 증가로 크게 늘고 있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수는 2015년 5만2,838명에서 지난해 7만324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가 4년 새 33%가량 증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베체트 장병 등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 생기면 피곤하고 배가 종종 아프며 설사하거나 체중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쇠약해진다.
특히 점액변, 혈변,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인데 병원을 늦게 찾다간 증상이 악화해 장폐쇄, 천공(穿孔), 대장암, 치루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나수영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ㆍ과식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어릴 때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해 완치하기 어렵고 자주 재발하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질환에 걸리면 식욕감퇴와 영양결핍으로 인해 신체활동이 떨어지고 근력까지 감소한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환자 79명(평균 나이 30세)을 분석한 결과, 51%(40명)에서 근감소증이 나타났다”며 “염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근감소증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등 정크푸드를 즐겨 먹을수록 염증성 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생체의학연구소 연구팀이 미국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다.
연구팀은 국립건강설문조사에 참여한 18~85세 3만3,000명에게 26가지의 음식 중 어떤 음식을 자주 먹는지를 살펴봤다. 음식 목록에는 과일ㆍ채소ㆍ통곡물 등의 건강한 음식과 감자튀김ㆍ탄산음료ㆍ사탕ㆍ가공육 등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 포함돼 있었다. 그 결과,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자튀김ㆍ이온음료ㆍ에너지드링크를 특히 많이 먹었고, 치즈ㆍ쿠키ㆍ탄산음료 등도 많이 섭취했다.
한편 난치성인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항염증제ㆍ부신피질 호르몬제ㆍ면역조절제ㆍ항생제ㆍ생물학적제제 등이다. 특히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TNF-알파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 효과가 높아 많이 쓰이고 있다.
TNF-알파 억제제로는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제제인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 경구용 치료제인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토파시티닙)’ 등도 있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라며 “특히 최근 먹는 약이면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가 나와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어서 환자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ㆍ경제적 고충도 크다”며 “특히 사회ㆍ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 환자가 많아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① 과음는 피하고 금연한다.
② 긍정적인 자세로 병 극복 의지를 갖는다.
③ 복약ㆍ음식ㆍ증상을 기록한다.
④ 과식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⑤ 무리한 활동과 스트레스를 되도록 피한다.
⑥ 규칙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한다.
⑦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지 말고, 정기 진료와 검진을 빼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