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박원순에 '아름다운 양보'했던 안철수 "안타깝지만 조문은 안 한다"

입력
2020.07.11 14:0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11일 밝혔다.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장례는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점에 비판 여론이 이는 것을 고려한 발언이다. 서울특별시장 방식에 반대한다는 국민 청원이 정부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미래통합당에서도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를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10일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뒤, 안 대표가 박 시장에 관한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문장 분량의 짧은 글을 통해 안 대표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나라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과 처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할 때"라고 했다.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박 시장을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직원이나 비서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따로 정치 입문을 하지 않았던 안 대표지만 당시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율은 박 시장을 훌쩍 뛰어 넘었기에 '아름다운 양보'라는 평가도 받았다. 박 시장은 그해 선거에서 당선되며 서울시장으로만 내리 3선에 성공하며 대선주자로 성장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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