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만인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 있는 숙정문 인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박 시장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익수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오전 2시쯤 종로구 와룡공원 앞에서 박 시장 사망관련 브리핑을 열고 "현재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사인을 밝히기 위한 검시를 하고 있다"며 "현장감식 후 유족과 협의해 병원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 전날 오후 5시17쯤부터 박 시장의 마지막 휴대폰 신호음이 끊긴 성북동 일대를 수색하던 중 이날 0시쯤 북악산 성곽길 산 속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박 시장을 발견했다. 경찰이 박 시장을 찾아나선 지 7시간 만이다. 소방 수색견이 박 시장을 최초로 발견했고, 발견 당시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정확한 장소를 공개할 순 없지만 상당히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박 시장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가방과 핸드폰, 필기구 등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 시장이 머물렀던 공관에서 유서가 나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경찰은 "현재까지 경찰이 직접 유서를 확인한 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은 낮게 봤다. 최 과장은 "사인에 대한 수사는 하겠지만 특별한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았고 자상 흔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CCTV 분석을 통해 박 시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를 나서 종로구 와룡공원으로 향했다. 경찰은 "박 시장이 관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와룡공원까지 간 뒤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전날 서울청에 박 시장과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결과, 박 시장은 최근 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피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박 시장에게 소환 통보를 했는지에 대해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것 이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에 대해선 "수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고소 사건은 박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해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박 시장은 1983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등을 거쳤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 서울시장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당선돼 3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수행해 왔다. 2022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의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