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안희정·오거돈이 확인한 사실 '만연한 한국의 성폭력'

입력
2020.07.10 09:50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제도와 피해자를 비난하는 반인권적 인식, 여성 등 약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폭력 문화, 위력을 성폭력에 악용하는 권력자의 행태가 압축된 사건이다. 

박 시장이 국내 최대 광역단체장이자 차기 대선주자였다는 점에서 최근 발생한 위력을 악용한 성범죄 사건이 거듭 회자되고 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계기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이다.  2018년 당시 안 전 지사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의 폭로로 안 전 지사의 상습 성폭행과 성추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안 전 지사 사건은 국내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부산시 직원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시장과 안 전 지사, 오 전 시장은 공교롭게도 여당 소속 광역지방단체장이었다. 위력을 악용한 성범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이 광역단체장이었다는 사실이 그들이 저지른 개별 성폭력 사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고위 공직자, 그것도 대선 주자급 거물정치인까지 가해자로 확인될 정도로 한국에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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