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주일 강론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관련 발언을 하기로 했다가 실제 설교에선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홍콩 문제를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해 타협을 불허하는 중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주례한 주일 삼종기도 강론에서 사전 배포된 원고와 달리 홍콩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CMP는 "강론 내용은 1시간 전에 바티칸 인증 기자에게 전달됐다"면서 원고에는 홍콩 문제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주일 삼종기도 강론은 교황이 주관하는 대표인 대중 행사로 통상 한두 개의 국제이슈가 다뤄진다. 교황의 무게감 때문에 발언의 파급력도 상당하다.
사전 배포된 강론 원고에는 "나는 그곳(홍콩)에 사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걱정을 표하고 싶다"며 "현재 당면한 문제들은 매우 민감하고 그곳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교황은 또 "당사자들은 통찰력과 지혜, 진정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사회적 삶, 특히 종교적인 삶은 국제법 등에서 규정한 완전하고 진정한 자유로 표현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강론문에 적시했다.
교황이 홍콩 관련 부분을 건너 뛴 것은 홍콩보안법 비판 여론과 간섭을 거부하는 중국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반(反)중 성향인 요셉 젠 전 추기경이 "이제 홍콩의 종교 자유를 믿을 수 없으며,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체포될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가톨릭계 내에서는 홍콩보안법을 질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교황이 이런 상반된 상황을 감안해 원고에는 홍콩 부분을 언급하되, 실제 강론에선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로렌스 리어든 미국 뉴햄프셔대 교수는 SCMP에 "이번 강론 철회는 교황이 홍콩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면서도 보안법 비판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