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秋ㆍ尹, 이젠 '검언 유착' 철저히 규명하라

입력
2020.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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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 유착’ 의혹을 총장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보고토록 한 것이다. 양측이 파국을 피한 것은 다행이나 유사 충돌은 언제든 재연할 수 있다. 정치ᆞ사회적 대립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국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양측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대검은 수용 이유로 “장관 수사지휘는 발효 순간 효력이 생기고, 따라서 윤 총장 지휘권은 이미 상실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 직무 배제 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수용’ 표현을 쓰지 않은 채 윤 총장의 과거 사례를 언급, 수사지휘가 부당함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추 장관은 윤 총장 결정이 “공정 수사를 바라는 국민 바람과 부합한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 총장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 심정과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윤 총장이 부당한 지시를 했음을 부각시켰다. 저마다 명분과 논리를 갖췄지만 국민 눈에는 도긴개긴이다.

윤 총장은 검찰수사자문단 소집으로 수사팀 수사를 막고 측근 검사장을 보호하려다 사태를 촉발한 1차 책임이 크다. 검사장 회의를 소집, 검찰의 세를 등에 업고 수사지휘에 대응하려던 잘못된 구습도 반복했다.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지지 여론 형성에 기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추 장관도 윤 총장 사퇴를 노린 듯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간 책임이 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지만 검찰 독립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한 총장의 리더십을 흔들고 검찰을 적대시한다면 호응을 얻기 힘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철저한 수사로 검언 유착 의혹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 가뜩이나 검찰 안팎에서 친정부 성향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의 수사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법무부와 정치권의 연계설마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무부가 발표하지도 않은 '공식 입장문 초안'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입수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을 놓고 배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잡음을 막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공명정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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