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 받지 않은 여호와의 증인... 대법 "병역기피 무죄로 볼 수 없다"

입력
2020.07.09 13:54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후 최초 파기환송 사례
"모태신앙 주장하지만 신념 형성과정 소명 없어"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심리를 거쳐야 한다"며 병역기피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참여하는 합의체) 판결 이후 '심리미진'을 이유로 최초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11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모태신앙으로 이 종교를 믿었다"고 주장하며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그러나 병역거부 당시는 물론이고 원심 변론종결까지도 다른 신도들로부터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인 침례(浸禮)를 받지 않았다. 침례는 종교에 입교하는 공식 의식 중 하나로, 온 몸을 물에 담그는 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모태신앙이고, 신앙생활과 관련한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대체복무 의사를 밝혔다"며 그의 행위가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실제로도 절박하고 구체적 양심을 따른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침례를  받지 않은 경위와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점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거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것 △교회의 사실확인원과 같은 객관적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의 형성 여부 및 과정 등에 대해 구체적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추가로 심리ㆍ판단하지 않은 원심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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