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잠해지자 디프테리아ㆍ뎅기열 확산되는 베트남

입력
2020.07.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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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도 뎅기열로 7명 사망, 인도차이나 반도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감염자가 83일째 '0'명을 기록중인 베트남에서 디프테리아와 뎅기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두 전염병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베트남 방역당국은 긴급회의까지 소집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일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내 디프테리아 감염자는 연평균 감염치의 3배가 넘는 65명으로 이들 중 3명이 사망했다. 디프테리아는 호흡기 점막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에 이른다. 베트남 정부는 디프테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두 살 미만 유아들에게 백신 접종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산간오지 등에선 여전히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매년 커지는 형국이다. 

베트남 보건복지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하노이 국립병원과 호찌민시 병원 등을 중심으로 디프테리아 지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했다. 디프테리아가 집중 확산되고 있는 남부 고원지대 닥농성과 중남부 고원지대 자라이성 등의 감염 마을을 전격 봉쇄하고 환자들을 이들 병원으로 이송해 집중 치료하기 위해서다. 보건부 관계자는 "자라이성 현장 등을 직접 방문해 필요한 추가적인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치사율이 높은 만큼 코로나19 전투 때와 같은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디프테리아에 이어 뎅기열 피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미 베트남 내 감염 사례는 3만건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뎅기열은 디프테리아와 달리 칸호아와 꽝남성 등 지방은 물론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호찌민에선 최근 몇 주 사이 감염자가 수백명 이상 급증했다. 베트남 보건당국은 각 성과 대도시에 방역 강화를 지시했다. 

뎅기열 피해는 베트남을 넘어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라오스에선 이날 현재 뎅기열 감염으로만 7명이 숨지고 누적 확진자수도 2,253명을 기록했다. 태국의 경우 동북부 니콘랏차시마주(州)에서 1,000여명이 뎅기열에 걸렸으며,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 미얀마에서도 800여명 이상이 뎅기열에 걸려 최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뎅기열은 발열ㆍ두통ㆍ구토 등의 증세를 유발하며 치사율은 20%에 달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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