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지난해 한계기업 증가율이 일본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지난해 전체 상장 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 증가율은 주요 20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한계기업 동향과 기업구조조정 제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20개 국가의 거래소 상장 기업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상장사 총 699개 중 한계기업수는 2018년 74개사에서 지난해 90개사로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54개사에서 72개사로 늘어나면서 33.3%의 증가율을 보인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어 대만은 11.5%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뒤를 따랐고 중국(9.6%), 스페인(5.6%), 프랑스(4.3%) 미국(3.5%) 등의 순이었다. 반면 브라질과 이스라엘은 각각 16%와 11.1%,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6.3%씩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2018년 대비 지난해 한계기업 증가율 상위 국가가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순으로 나타나면서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악화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또 2018년과 지난해 전체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한국이 2.3%p 증가해 가장 큰 중가율을 보였다. 한국에 이어 대만(1.6%p), 홍콩(1.1%p), 스페인(1%p), 중국(0.8%p), 일본(0.7%p)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국가별 상장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은 한국이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나, 최근 한계기업 수의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2.9%로 20개국 중 6번째로 낮았다. 일본이 2.9%로 가장 낮았고 영국(6.3%), 중국(9.5%), 스위스(9.6%), 벨기에(11.5%) 등이 한국보다 한계기업 비중이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가파르게 악화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제도개선과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한시법으로 도입된 기촉법은 위헌 논란, 관치 금융, 실효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현재 제6차 기촉법에 이르기까지 상시화가 되지 못한 채 기업과 채권금융기관의 필요로 인해 일몰연장과 일몰 후 재도입 등이 지속돼 왔다.
보고서는 개선 방향에 대해 "회생절차 이용 시 부실기업이라는 낙인과 불필요한 고용축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사업재생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 활용하는 제3의 중립적 전문가 위원회 사례 등을 참고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사업재생 ADR은 한국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채권단 100%의 동의로 진행된다. 경제산업대신의 인증을 받은 기관에 의해 사업재생절차에 특별절차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아이후루, 일본항공(JAL), 윌컴 등 신청기업 중 70%가 재무구조 조정에 성공했다.
김윤경 한경연 연구위원은 "기업의 재무상황, 사업기회 등의 차이를 반영한 다양한 구조조정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