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미국은 한일 갈등 중재 능력 없어… 한국 G7 참여는 허상”

입력
2020.07.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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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적인 美, 동맹국 사이에서조차 도덕적 기반 상
G7회원국, 트럼프 확대구상 반대... 미중간 균형 맞춰야



중국 국책기관 전문가들이 한일 갈등을 거론하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여에 대해서는 “헛된 꿈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쥔성(王俊生) 사회과학원 아태ㆍ세계전략연구원 주임은 8일 글로벌타임스 기고를 통해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의 영향력 쇠퇴를 보여준다”며 “미국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국인 양국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에 2만8,000여명과 5만5,0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고, 양국의 미국산 무기 도입 규모는 각각 전 세계 4위와 8위를 차지하는 등 이해관계가 밀접한데도 미국의 영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왕 주임은 한미일 3각협력이 삐걱대는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국제협약이나 기구에서 잇따라 탈퇴해 세계화를 표방하는 한일 양국과 추구하는 방향이 어긋났다”면서 “과도하게 분담금을 떠넘기고 보호무역을 고집하는 강경조치로 인해 미국은 동맹국 사이에서조차 도덕적 기반을 상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염병 확산 등 국내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한일 갈등을 조율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독선과 일본의 훼방으로 인해 한국이 G7 확대회의에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리영춘(李永春)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외교부 발간 학술지 ‘세계지식’ 기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G7 확대정상회의에 동참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대국의 꿈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G7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다른 국가를 무시하고 독불장군 행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구상에 부정적”이라면서 “캐나다는 러시아의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또 “아시아 유일한 회원국 일본도 한창 외교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의 참가를 선뜻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의 전 세계 1위 교역국,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대상”이라며 “방역 모범국인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가운데 특정 국가들 모임이 아닌 글로벌 다자외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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