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가 서울 종로구청의 집회·시위 금지 명령에 따라 수요시위를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평화의 소녀상 자리 주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정의연과 보수단체는 이번엔 기자회견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의연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종로구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소녀상 주변 자리를 포함해 종로구 일대를 집회·시위 금지 구역으로 묶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기자회견' 형식으로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집회와 달리 기자회견은 사전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단체의 자리 선점으로 소녀상 자리에서 밀려났던 정의연은 2주 만에 원래 자리를 되찾은 셈이다.
소녀상 왼쪽에선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회원 일부는 정의연이 소녀상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경찰의 자리 배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양측이 충돌할 것을 대비해 소녀상 자리를 기준으로 기자회견 장소를 배정해줬는데, 정의연에 소녀상과 더 가까운 자리를 내줬다는 것이다. 자유연대는 종로구청장 등 종로구 관계자 3명과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 4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자유연대가 소녀상 인근에 먼저 집회 신고를 냈음에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300여명을 배치했지만, 정의연과 보수단체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기존 집회를 이어나가면서 당분간 기자회견 장소 선점을 두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