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카트 마니아? 북한 '1호 카트'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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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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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랜 잠행을 깨고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났다. 당시 김 위원장이 탄 전동 카트를 두고 일각에서는 2008년 뇌졸중을 앓은 김정일이 카트를 타고 나타난 사례와 비교하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서 보도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카트를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9월  준공을 앞둔 평양민속공원을 방문했을 때 카트를 탄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4년 10월 김 위원장이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지도했을 때도 카트 이용 모습이 확인된다. 2014년 11월 식료품 공장, 2015년 5월 양어장을 시찰했을 때도 카트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 장소의 공통점은 국가 단위 개발이 이뤄진 곳으로 모두 면적이 방대한 곳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여명거리 같은 주택단지, 원산갈매의 해안관광단지, 질소비료연합기업소로 대표되는 공업단지 등 대형 단지 조성에 힘을 기울였다. 모두 넓은 부지 위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부지가 넓다 보니 도보로 이동하며 둘러보기엔 역부족이다. 또 현지지도 때마다 구석구석 샅샅이 둘러보는 김정은의 스타일상 넓은 면적을 걸어 다니며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량을 이용하게 되면 ‘정차-하차-지도-탑승-출발’ 과정이 불편한 점도 있다. 수시로 타고 내리며 지도활동을 펼치기엔 전동 카트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전동 카트 생산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 1월 13일 "새해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는 기간에 벌써 궤도전차와 무궤도전차, 관광용축전지차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라며 수도 여객 운수국의 생산 현장을 보도했다. 지난달 11일에는 관광용 카트를 생산한 모습을 1면에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한, 트럭과 버스 등 운송 수단의 고급화, 국산화를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1월과 2018년 8월 트럭과 무궤도전차(트롤리 버스) 생산 현장을 직접 시찰하며 신형 차량 생산을 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버스나 트럭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이 적게 들어가는 전동 카트의 완전한 국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을 방문했을 때나 그 이전부터 이용해 온 전동 카트는 자체 생산 제품이 아닌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국내외 주요 전동 카트 생산 및 유통업체 정보를 살펴보니 북한 최고 권력자가 이용하는  카트는 중국 전동 카트 전문 생산 업체인 ‘쑤저우 이글(Suzhou Eagle)’이 생산하는 ‘EG6158K’ 모델로 밝혀졌다. 관광산업과 연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상징성이 큰 ‘1호 카트’를 중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보면 아직 성능 안정화는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과 2013년엔 권력 장악 필요성 때문에 공개 활동 횟수가 연 150~200회에 이를 정도로 많았는데 현지지도를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선 전동 카트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라며 “최근 공개활동 수가 당시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부지가 방대한 곳 위주로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점, 김 위원장이 고도비만에 이른 부분도 카트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에 투입할 목적으로 전동 카트가 생산됐다고는 해도 중국산 카트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점은 지도자가 항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안정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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