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하노이ㆍ호찌민 주택시장

입력
2020.07.09 04:30
16면
<7> 베트남 부동산 투자의 함정

편집자주

국내 일간치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호황기를 맞은 베트남 주택시장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만큼은 비껴가지 못했다. 특히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어 투자 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베트남 고가 주택시장은 호찌민이 주도하고 하노이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한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노리는 고급아파트의 경우 90% 이상이 두 도시에 몰려 있다. 외국인들의 단기임대 수요가 많고 생활 인프라 역시 이들 도시가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자들의 베트남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덩달아 두 도시의 주택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8일 글로벌 부동산 투자업체 CBRE 베트남 법인의 분석 결과, 하노이의 올 1분기 신규건축 건수는 1,639가구로 전 분기 대비 85% 급감했다. 2017년 이후 분기별 평균 건축 건수인 6,900가구와 비교해도 4분의1에 불과한 수치다. 또 같은 기간 거래가 완료된 계약도 77% 줄었으며, 분양가격 상승률 역시 4%에 그쳤다. 현지 업계는 9월이 되면 하노이의 주택시장 성장률이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주택거래 역사가 긴 호찌민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1분기 신규 건축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하고, 거래 완료 건수는 37%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호찌민 역시 최고급 아파트 건설은 전무했다. CBRE 관계자는 “시장 위축의 영향이 큰 하노이 주택시장은 되살아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물량 공급이 유지되는 호찌민은 반등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베트남 정부의 분석도 CBRE와 일맥상통한다. 건설부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이후 호찌민 주택시장의 30%에 달하던 고급아파트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1분기 하노이와 호찌민를 중심으로 진행 예정이던 중소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 사업 중 94.1%가 중단됐으며, 자산 여유가 있는 대형업체들도 중형아파트 위주로 프로젝트 방향을 전환했다. 건설부 관계자는 “고급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이미 넘어서는 등 수급 불일치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