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못 꿰었으니 다음 단추가 제대로 꿰어질 리가 없다.
이른바 '춤판' '술판' 워크숍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이야기다. 사태 직후 배동욱 소공연 회장이 직접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친 데다 그가 계속 '두문불출' 하는 바람에 일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소공연은 지난 달 25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평창 리조트에서 '전국 지역조직 및 업종단체 교육ㆍ정책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참석자들이 술을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지난 3일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비난이 쏟아졌다. 영상을 보면 술잔을 들고 의자 위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대에서는 여성 그룹의 흥겨운 공연까지 펼쳐진다. 소공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맞는 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이 지났지만 배 회장은 회원들에게만 짤막한 사과문을 보냈을 뿐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배 회장은 회원에게 발송한 사과문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켰고 워크숍 전체가 여흥 위주로 흐른 것은 아니다"고 억울함을 표시해 빈축을 샀다.
배 회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중단협)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중단협에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공연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속해 있다. 이날 중단협은 "일자리 유지를 위해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 동결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기문(중기중앙회), 정윤숙(여경협) 등 중기단체장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지만 소공연은 김종석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최근 벌어진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까봐 배 회장이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공연은 하루 전인 6일에도 예정됐던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업계에서는 소공연 내부에서 자정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한다.
한 중기단체 관계자는 "소공연에는 '워크숍 가서 술 마시고 가수 불러서 공연도 좀 볼 수 있는 것이지 그게 큰 잘못이냐'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회장이 나서 일을 수습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일부 직원 의견도 묵살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소공연이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 경제단체이면서도 이번 일에 발목 잡혀 '직무유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최대현안인 최저임금 차등화 무산에 대해 소공연이 제대로 된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