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권 주자 물색에… 보폭 넓히는 오세훈 원희룡

입력
2020.07.07 18:00
홍준표 오세훈 원희룡 등 기성 주자들, 정부 정책 비판 목소리 가세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잠룡’ 인사들이 앞다퉈 존재감 부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올해 연말이 가기 전에 한 두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권 주자 발굴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석에서 기존 정치인이 아닌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거론하고 ‘당 밖 주자’를 언급한 이후 기존 잠룡 인사들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원외 인사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일 통합당의 원내외 인사들 공부모임인 미래혁신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21대 총선 패배 이후 당 공식 행사에 나선 건 처음이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오 전 시장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는 자리가 될지 주목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대권 출마 의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준비됐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도전 의사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강연에서도 최근 가장 큰 이슈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겨누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최근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할 것 없이 전부 부동산을 잡는다고 대책을 내놓는데 헛발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공기업 ‘반값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원희룡 제주지사도 부동산 문제 등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공적 권력을 갖고 대다수 국민의 사적 영역을 규제하려면 먼저 자기들의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는 동시에 기존 통합당의 기조와도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 위원장과 배석자 없이 단독 면담을 갖고 당의 진로와 향후 대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자리는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는 면담 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이 정치인 부동산 백지 신탁을 강력하게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도 연일 광폭 행보다. 아직 통합당에 복당하지 못했지만 통합당 의원 주최 포럼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얼굴 도장을 찍고 있다. 홍 의원은 특유의 페이스북 정치도 이어가고 있다. 기존 대권주자들의 분발이 결국 김 위원장의 정치적 레토릭에 따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후보군이 아니었던 새 인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기존 대권 주자들도 일찌감치 존재감을 굳히는 행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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