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대가 모리코네, 천상의 '시네마 천국'으로

입력
2020.07.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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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병원에서 낙상 끝에 92세로 별세


영화 ‘시네마천국’과 ‘미션’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영화음악감독 엔니오 모리코네가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골절 등에 시달리다 치료를 받던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고인은 일세를 풍미한 영화음악감독이었다. 음악 작업을 한 영화만 500편 이상이었고,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면서 유명 배우나 감독 못지않게 스타 대접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여러 영화와 CF 등을 통해 한국에도 익숙하고 그중 ‘시네마 천국’(1988)이 가장 유명하다. 2007년과 2011년 내한공연을 했고, 2007년에는 부인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도 찾았다. 트럼펫과 드럼 등 특정 악기를 두드러지게 사용하면서 종소리 등을 자연스럽게 배합시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28년 11월 10일 로마의 트럼펫 연주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려서부터 재능을 발휘했다. 아버지를 따라 트럼펫을 연주했고, 6세때 작곡을 시작했다. 음악학교를 거쳐 라디오 드라마 음악 작곡가로 활동했다.  2차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영화산업이 부흥하자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12편 가량 영화 음악 작업을 한 후 고인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이탈리아 서부영화를 지칭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1929~1989) 감독과의 해후였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나 ‘황야의 무법자’(1964)를 만들며  20여년 만에 재회했다. 이후 ‘석양의 무법자’(1965), ‘석양에 돌아오다’(1966),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등을 함께 만들며 각각 세계적 감독으로, 세계적 영화음악감독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이후  갱스터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 레오네 감독을 다시 만나 ‘데보러 송’ 등 주옥 같은 음악을 선보였다. 고인은 생전에 “레오네와 나는 점점 실력이 나아졌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레오네 또한 “대사가 적은 내 영화는 모리코네의 음악 덕분에 배우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히곤 했다.

이외에도 고인은 ‘천국의 나날’(1978),  ‘미션’(1986), ‘언터처블’(1987), ‘벅시’(1991), ‘말레나’(2000) 같은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며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음악상 후보에 다섯 차례나 올랐다. 하지만 실제 수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손잡은 ‘헤이트풀 8’(2015)을 통해 2016년에서야 이뤄졌다. 영화음악에 전력한 공을 인정받아 2007년  명예아카데미상을 받은지 10년만의 일이었다. 생전에 고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협업 제의를 거부한 것을 가장 후회하기도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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