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자율을 묶은 중국 국가주의

입력
2020.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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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중국 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보안법 입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통과 즉시 시진핑 주석은 관련 내용을 주석령으로 공포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사실 중국의 보안법 입법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 23년 동안의 염원이었다. 중국은 2007년 한 차례 보안법 입법 파동을 거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송환법 사태까지 겪으면서 관련 입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국제사회의 우려와 홍콩 내 반발 움직임에 따라 관련 입법을 서두르지 않았을 뿐이다. 2019년 송환법 파동과 달리 이번 보안법 입법에 대해서는 홍콩 내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9년 송환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홍콩 재벌 리카싱도 보안법 입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홍콩 보안법 입법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는 홍콩이 누리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에 대한 침해 우려로 관련 입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미국은 심지어 관련 입법이 통과되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영국은 일부 홍콩 주민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속전속결로 관련 입법을 밀어붙였다. 중국 국가주권 논리를 홍콩보안법 입법에 까지 분명하고 단호하게 투사시켰다. 그 과정에서 홍콩 일부 세력의 반발과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저항 운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송환법 반대 시위와는 다른 양상이었고, 법 통과 이후 일부 시위 지도자는 국외로 도피했다.

중국은 입법 과정에서 모든 국가는 국가안전에 관련된 입법 필요성이 있고, 그 권한은 국가가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홍콩 주민 다수를 국가 주위로 묶어 세웠다. 2019년 송환법 유보와 달리 2020년 보안법 입법 강행은 홍콩을 대표하는 중국이라는 국가주권의 문제로 이 문제를 인식하는 홍콩 사람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중국 당국은 보안법 입법을 국가주권의 문제로 간주하고 ‘국가’ 논리로 관련 입법의 당위성을 선전했다. 그 결과 비교적 수월하게 입법을 관철시켰다. 홍콩은 150여 년에 걸쳐서 영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적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비록 홍콩인이 스스로 쟁취해낸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부여된 것일지라도 비교적 넓고 깊은 사적인 자율 공간은 이른바 홍콩식 민주주의를 확장시켜온 자양분이었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었다. 귀속 후 홍콩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국가주권에 대한 정체성 문제였다. 홍콩은 결단코 이 부분에서는 어떠한 자율적 공간도 점유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중국 또한 국가주권에 관련된 문제에서 홍콩의 자율성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홍콩의 어떠한 움직임도 국가주권의 이름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안법 통과는 이러한 홍콩차이나라는 국가정체성을 법제화한 것이다. 향후 이른바 홍콩식 민주주의는 중국이라는 국가주권으로 묶인 제약 하에서 독자적이며 자율적인 생존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좌우될 것이다.

자율의 정도가 인생의 고도를 결정한다. 홍콩의 고도 역시 사적 자율의 공간을 어떻게, 언제까지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인류사회를 글로벌 공동체, 지구촌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민족국가가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다. 코로나 19의 확산은 오히려 지구촌보다는 우리 동네, 우리 지방, 우리 국가라는 울타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입법은 민족국가의 신화가 다시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주의의 필연이었을 뿐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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