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박지원은 물밑접촉 도사”라 치켜세운 까닭은

입력
2020.07.06 10:42
"새 안보라인 나선다면 하반기 남북관계 풀릴 가능성”
비건 방한 두고 "한미워킹그룹 흔들지 말라고 할 것"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조언자 중 한명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6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물밑접촉 도사"라며 "남북관계를 푸는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교·안보팀 5명 중 교체된 3명은 ‘지북파’라며 올 하반기쯤 남북 관계가 좀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부의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20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접촉을 통해 성사시킨 경험은 있다”며 “그런 경험을 가지고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남측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언급했다. 물밑접촉의 도사인 박 내정자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시킨 경험을 살리면서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정치인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남북관계가 올 하반기 조금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이어 “외교·안보팀 5명 중에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그대로 두고 3명을 지금 교체 했다”며 “두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실은 상상력과 추진력으로 남북 관계 경색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또 “(서훈 국정원장이 안보실장으로) 들어감으로 해서 청와대 안보실 수장이 동맹파가 아니라 지북파가 됐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될 대목이다”라고 언급했다.

정 부의장은 또 이번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 대해 대북 관계를 남은 임기 동안 뭔가 돌파해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봤다. 그는 “미국과 원수를 질 건 없지만 때로는 얼굴 붉히고 좀 논쟁을 해서라도 우리 입지를 강화하고 우리 생각대로 일을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팀을 그렇게 짰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관련해선 “원내대표도 지냈기에 여당 지원을 받아 가면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외교부를 통해서 또는 워킹그룹이라는 실무그룹을 통해서 미국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걸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상상력,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고 워킹그룹 반대를 물리치고 남북문제를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정 부의장은 “남쪽이 팀을 바꿔서 새로 대북 정책을 추진해 나온다면, 특히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4·27 선언이나 9·19 선언을 이행하는 데 적극성을 보인다면 남북 관계만큼은 올해 하반기에 조금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하는 것과 관련 정 부의장은“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려고 오는 것 같다"며 북미 관계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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