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박지원 ‘파격 낙점’ 어떻게 이뤄졌나

입력
2020.07.05 17:18
"박지원 추천 많았지만 결정은 문 대통령이"



‘파격 인사’로 평가되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청와대가 일부 공개했다. 요약하면 ‘박 후보자에게 외교안보 분야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추천이 여럿 있었지만 ‘국정원장을 맡겨야겠다’고 결단을 내린 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를 낙점한 건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낙점 과정을 귀띔했다. “박지원 후보자에 대한 추천이 다양한 경로로 있었다. 외교안보라인은 (한 명에게) 특정한 역할을 한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등이 교차로 역할을 수행한다. 박 후보자에 대해 어떤 역할을 맡기라는 추천이 왔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이 국정원장 후보자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결단 시점이 ‘6월 17일 이후’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은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로,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로 전직 통일부 장관 및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청취했다. 이때 박지원 후보자도 자리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오찬이 (국정원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단 뜻은 전혀 아니다. 결정 시점이 공교롭게 그 무렵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박 후보자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 왔단 것을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은 과거보다 미래를 더 중시하고 과거의 일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이번 인사를 통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인사 발표가 있던 3일까지 박 후보자 관련 인사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박 후보자 본인에게 여러 언론 취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새어나가지 않았다. 박 후보자 스스로 당일까지 보안을 유지했고, 발표 직전에도 생방송에 출연했다”며 인사보안 유지 공을 박 후보자에게 돌렸다. 그는 또 “청와대 내부에서도 관련 사안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으셨던 것 같다. 내부 보안도 철저했다”고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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