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권의 개발이익을 강남권에서만 독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이 거둬들이는 개발이익(공공기여금)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강남의 개발잉여금 사용처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박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강남 개발이익을 서울시민 모두의 이익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시가 지난 5월 6일 현대자동차의 통합사옥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착공을 승인한 점을 언급하며 “시민들을 위한 멋진 공간이 생기는 것이니 당연히 기쁘고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행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의해 GBC 건설로 생긴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을 강남에만 쓰도록 강제돼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여금이란 서울시가 사업자의 개발사업에 대해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의 대가로, 개발이익의 일부를 돌려받는 일종의 기부채납금이다. 공공기여금은 해당 자치구에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박 시장은 이에 관련 “강남권 개발 이익이 강남에만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부추길 뿐 아니라 서울 전체의 균형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바람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비(非)강남 22개 지역에도 확대하는 ‘개발이익의 광역화’를 2015년부터 20여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담당자들은 아직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강남3구(강남ㆍ송파ㆍ서초구)에서 발생한 공공기여금은 2조4,000억원으로, 서울 전체 공공기여금(2조9,558억원)의 81%에 이른다. 이를 ‘1인당 공공기여금’ 혜택으로 환산하면, 강남 3구는 145만원씩 수혜를 받고, 강남권 외 22개 자치구는 6만8,000원씩 받아 약 21.3배 차이가 난다.
5년 전에도 박 시장은 유사한 주장을 해 강남구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5년 서울시가 기존 강남구 삼성동과 대치동 일대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아우르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해 고시하자, 강남구는 “서울시가 한전부지 개발로 나오는 공공기여를 강남구 지역이 아닌 잠실운동장 개발에 쓰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산하 태스크포스는 서울시민 2,500여명과 도시설계 분야 교수 1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3.8%가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 공공기여금을 강남구뿐 아니라 다른 자치구에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