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신용등급 ‘CCC’ 최악... 공항공사에도 47억원 체납

입력
2020.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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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체납액 회수 위한 법적 조치 돌입


직원 임금 체불로 문제가 된 이스타항공이 올해 한국공항공사에 체납한 공항시설사용료가 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는 이스타항공의 신용평가등급을 부도 직전인 'CCC 등급'으로 평가하고 체납액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5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이스타항공이 김포ㆍ김해ㆍ제주ㆍ청주ㆍ군산공항 등 국내 5개 공항에 지난 2~6월 체납 중인 공항시설사용료는 47억1,300만원에 달한다. 공항시설사용료는 항공사가 공항 이용의 대가로 공항공사에 납부하는 것으로, 여객공항이용료, 착륙료, 정류료, 조명료 등을 포함한다.

  또 공사가 지난 5월 외부전문기관에 기업평가를 의뢰한 결과, 이스타항공의 신용등급은 'CCC'인 것으로 드러났다. 10등급으로 이뤄진 기업평가에서 7등급 수준인 CCC 등급은 회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공사는 즉각 법적 조치 계획 수립에 나섰다. 먼저 김포ㆍ군산공항과 맺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에 나선 제주항공에 체납액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소유한 부동산도 없는 데다, 공사에 등재된 항공기 31대가 모두 리스 항공기라 압류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스타항공은 인수가 무산되고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 상당 미지급금이 있고 여기에 체납까지 쌓인 것이다. 제주항공은 인수합병 '선결조건'으로 미지급금 문제 해결을 내세운 상태다.

지난달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 소유의 410억원 규모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미지급금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의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불법 증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른 '공정' 논란으로 번질 여지도 남아있다.

 정진석 의원은  "'공정 경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민 혈세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체납 회수 방안도 철저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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