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 앞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쏠린 눈

입력
2020.07.04 11:18
트럼프, 3일 러시모어산 독립기념일 행사 참석
'사회적 거리두기' 않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큰바위얼굴' 향한 인종차별 시위도 이어질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립기념일(4일) 축하 행사를 위해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을 방문한다. 4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 얼굴을 형상화한 불꽃놀이 행사를 보기 위해 7,500여명이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행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러시모어산에 조각된 일부 전직 대통령을 향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까지 겹칠 것으로 보여 충돌도 예상된다. 

BBC 등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모어산을 찾아 독립기념일 기념 연설과 함께 불꽃놀이 행사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마스크는 사용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시행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무료 마스크는 야외 행사에서 착용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 불꽃놀이와 관련된 화제 위험뿐만 아니라 북미 원주민 단체들의 항의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인한 충돌도 예상돼 이래저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미국 전역에선 2일 하루 동안 5만5,000여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며 사흘 연속 5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계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로 미국 내 사망자가 향후 3주간 최대 3만명 이상 나올 것으로 경고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트럼트 대통령의 이번 행사 강행에 언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NN은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원형극장 안에 마련된 좌석 사진을 게재하며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했다. 이 사진은 수백개의 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행사장을 꼬집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모어산의 일명 '큰 바위 얼굴' 조각상 앞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화강암에 새겨진 얼굴은 조지 워싱턴ㆍ토머스 제퍼슨ㆍ시어도어 루즈벨트ㆍ에이브러햄 링컨 등 전직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확산된 인종차별, 불평등에 대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워싱턴과 제퍼슨 등 전직 대통령의 얼굴상을 철거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어 이날도 항의 시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 원주민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포함하고 있고, 자신들에게 신성한 지역에서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러시모어산의 전직 대통령들 얼굴상은 1927~1941년 사이에 조각됐다. 하지만 이 곳은 1800년대에 원주민인 라코타 수 부족이 미국 정부에 의해 빼앗긴 땅이다. 

한편 이번 러시모어산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행사는 환경 문제와 화재 위험으로 인해 중단된 이후 10여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