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가장 널리 사용해온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가 홍콩보안법 위반이라는 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시민들을 겨냥한 자의적 법 집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는 홍콩의 독립을 표방하거나 홍콩을 중국에서 분리해 법적 지위를 바꾸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분열, 정권 전복 관련 행위는 모두 1일부터 시행한 홍콩보안법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처벌 대상이다.
이 구호는 지난해 6월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촉발된 이후 1년여간 홍콩 시위 현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깃발이나 플래카드에 적힌 흔한 문구였다. 해외에서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며 함께 사용한 대표적 구호다. 홍콩인들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와 함께 ‘홍콩에 영광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중국과 홍콩 정부에 맞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곤 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이 ‘광복’, ‘혁명’이라는 단어를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독립’과 동일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한층 옥죄고 있다. 홍콩보안법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온 중국이나 홍콩 정부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다.
다만 홍콩 법원이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를 외치다가 체포됐다고 해서 실제 처벌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홍콩 종심법원(우리의 대법원)의 제프리 마 법원장은 보안법 위반사건 처리와 관련해 일선 판사들에게 “정치가 아닌 법리와 법률가로서 전문적 자질에 기초해 개별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홍콩보안법은 중대한 사건의 경우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에서 사법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어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구호를 따라하거나 옷과 모자 등에 새겨 넣었다가 붙잡혀 자칫 무더기로 처벌받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