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주도로 노사정 6개 주체가 도출한 노사정 합의안이 끝내 폐기될 위기다. 3일 새벽까지 이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도 합의안은 끝내 내부 추인을 얻지 못했다. 이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안건에 부치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내부의 반발이 커 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중집에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내부 추인에 실패하자, 오는 20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은 민주노총 내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취약 계층 노동자와 국민의 삶에 직결된 중요한 결정 사안"이라며 "최종 동의 여부를 민주노총 대의원회의에 묻고 결정함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규약상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 다음가는 의결 기구로,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소집할 수 있다. 조합원 500명당 1명 꼴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민주노총이 지난 2월 개최한 정기 대의원대회 재적 인원은 1,400여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의원대회 소집은 김 위원장이 던지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노총 내 최대 계파인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도 전날 "합의안 곳곳에 독소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폐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회의는 김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로, 민주노총 내부 정파 중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온건파다. 그간은 '현장파' 등 민주노총 내 강경파만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민파 일부도 돌아선 셈이다. 대의원대회에서도 동의를 얻지 못하면, 김 위원장은 거취를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대의원대회가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안건이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만큼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대의원대회 개최가 내부 혼란만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강동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동비대위원장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위원장이 중집 의결 없이, 중집 성원들이 반대하는 노사정 대화 안을 임시 대의원대회의 안건으로 직권 상정하는 것은 조직을 분열시키는 독단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민주노총이 빠져 있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노사정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20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개최도 확실하지 않고, 코로나 장기화로 현장 피해가 극심해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약식이 열리지 못하면서 합의는 무산됐지만,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주체가 잠정 합의한 '논의 결과'는 있다"며 "법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이행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협약식이 무산되자 "이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은 고용 불안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