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아빠, 여자 프로와 호흡... KPGA ‘캐디 열전’

입력
2020.07.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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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대회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선 지난해까지 보기 드물었던 독특한 이력의 캐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선수의 아내부터 친형, 부친, 심지어 지난해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뛴 여성 동료까지 선수들의 활약을 돕고 있다. 낯선이가 아닌 지인을 캐디로 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조금 더 편안한 심리상태로 대회에 임하고자 하는 이유가 크다는 게 선수들 설명이다.

 3일 경남 창원시 아라미르 골프 앤 리조트에서 2R가 진행되는 부산경남오픈에서 팬과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캐디는 1라운드에서만 9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2위를 달린 ‘낚시꾼 골퍼’ 최호성(49)의 아내 황진아씨다. 최호성은 이전까지 장인이 캐디로 나선 적이 많았는데, 올해 KPGA 개막 경기에선 장인 대신 아내가 캐디로 나서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진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JT컵 이후 약 7개월 만에 대회에 나선 최호성은 아내 도움 덕인지 이번 대회 1,2라운드에서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최호성은 “캐디로 나선 아내는 골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아내가 캐디를 해 준 덕분에 심리적 안정감도 들었다”고 했다. 최호성은 “코로나19로 (다른 캐디를 구하는 것보다)아내가 캐디로 나서주는 데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최호성 프로 외에도 허인회(33)의 아내 육은채씨가 캐디 가방을 끌며 남편과 함께 대회에 나섰다. 육씨는 결혼 전 허인회가 상무골프단에 있을 때부터 캐디를 자처한 경험이 있다.



  형제, 부자(父子)간 호흡도 있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찬희(23)는 자신의 친형이자 KPGA 투어 프로인 박찬준을 캐디로 뒀고, 올해 KPGA 투어에 데뷔한 장승보(24)는 부친과 호흡한다. 부친과 호흡하는 선수들은 더러 있지만, 부친 이력이 독특하다. 대회 관계자는 “장승보의 캐디로 나선 장정기씨는 과거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에서 4번타자로 활약한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선 KLPGA 투어 프로가 캐디 가방을 메기도 했다. 이번 대회 김우현(29)의 캐디는 지난해까지 KLPGA에서 장타 여왕으로 불린 이은지(25)다. 대회 관계자는 “여자 프로가 남자 대회에서 캐디를 맡는 일은 꽤 드문 일”이라고 했다. 선남선녀의 동행에 연인이 아니냐는 오해도 살법하지만 둘을 잘 아는 이들은 “철저한 동료 관계”라며 선을 그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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