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조 바이든이 美 대통령 되면 남북관계에 안 좋아"

입력
2020.07.03 09:54
단 한미관계 좋다면 "북핵 문제 풀 기회 올 수도"
"文대통령, 볼턴 집요한 방해에도 외교 업적 이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3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서둘러 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특보는 이날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선적으로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이라며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없다'고 했고, 실무접촉을 통한 바텀 업(Bottom-Up), 즉 '상향형 방식을 택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향식 방식을 택하지 않겠다'고 해 (협상에) 어려운 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바이든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참모들이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때 일을 했던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전개했는데, 이를 볼 때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미관계가 좋다면 북핵 문제를 잘 풀어갈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 특보는 "바이든 후보는 동맹을 상당히 중시하는데,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말을 많이 들을 수도 있다"며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관계가 상당히 좋았는데, 당시 남북정상회담도 열렸기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비화를 폭로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선 "(볼턴은) 미국 중심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라 기록은 객관적일지 모르지만,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 볼턴의 아주 집요한 반대 공작에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나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 설정에 우리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큰 외교적 업적을 이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문 특보는 "(미국 조야에서) '지금 중국을 다루기도 힘든데 북한까지 적대적으로 나올 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오히려 북한하고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면 북미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에 조금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미 국무부도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한 행보를 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꼭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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