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학대한 '팀 닥터'는 실세 선배의 작품이었다

입력
2020.07.03 14:27

고(故)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갔던 팀 닥터 A씨가 감독이 아닌, 팀내 선배 B씨의 주장으로 경주시청에 자리를 잡게 된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A씨가 명목상 선수들의 자발적 요청에 따라 팀 닥터로 일하게 되면서, A씨의 급여 역시 경주시청 선수들이 부담해오고 있었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최 선수를 폭행했던 ‘팀 닥터’ A씨는 감독이 아닌 선수 B씨의 건의를 통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발을 들이게 됐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경산에서 A씨에게 치료를 받던 B 선수가 그의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감독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당초 팀 닥터로 알려진 운동처방사 A씨는 선후배관계인 김 모 감독의 입김으로 팀에 발을 붙이게 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힘을 쓴 건 정작 B씨였다. 최 선수 측은 B씨 역시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인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B선수가 먼저 A씨에게 치료를 받아 보니 괜찮다는 판단이 들어서, 함께 전지훈련도 가게 됐다고 했다”며 “감독의 개입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급여는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이 분담했다. A씨가 경주시청이나 팀을 위탁 운영하는 경주시체육회와 정식 계약을 맺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철인3종협회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는 실업팀 중 의무트레이너나 팀 닥터를 고용한 팀은 없으며, 많은 선수들이 외부에서 물리치료나 마사지를 받으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명목상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A씨를 고용했기 때문에 비용은 선수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경주시청 관계자 역시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급여를 줬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즉 최 선수 역시 비용을 부담하면서 A씨로부터 폭행과 폭언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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