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 싹쓸이... EU도 길리어드와 협상 착수

입력
2020.07.02 21:34
WHO "미국과 길리어드 협상 과정 자체 조사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세계 1위'인 미국이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싹쓸이하고 나섰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승인한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1일(현지시간) 미국 병원에서 사용할 렘데시비르 50만개를 구매하기로 개발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길리어드가 7월부터 3개월동안 생산하는 물량의 거의 전부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최초의 공인된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놀라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길리어드가 최초 생산한 14만명분의 렘데시비르는 세계 각국에 임상시험 등의 용도로 보급됐지만 향후 생산 물량은 미국이 독점하는 셈이다. 길리어드는 지난 5월 미국 외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한정된 수량의 렘데시비르를 미국이 싹쓸이한 상황이 닥치자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을 미국이 저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피터 허비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를 인용해 "향후 백신 개발과 관련한 국제적인 프레임워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하이드 야쿱 서섹스 대학 교수 역시 "미국의 움직임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향후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적 협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곧바로 길리어드와의 협상에 착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일 EU집행위원회는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이 렘데시비르를 생산하는 미국의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 내용은 EU 회원국을 위해 렘데시비르를 비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렘데시비르 싹쓸이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길리어드와 미국의 합의 내용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전 세계에 중증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개입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WHO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모두 공평하게 (렘데시비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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