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설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라인 전면 쇄신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드는 과정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특히 정 실장의 '대미 소통' 강점을 살려 미국 대선(11월) 전 북미대화 재개를 지원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2일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 쇄신의 마지막 카드로 정의용 안보실장의 외교안보특보 기용 방안을 염두에 두고 최종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정 실장이 개인적 이유를 들어 수차례 사의를 밝혔음에도 놓아주지 않았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만큼 북미ㆍ남북대화가 충분히 진전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달라는 요청이었다.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에 회의적인 미국 조야(朝野) 설득 역할을 정 실장만큼 해낼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사퇴한 이후에도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 전면 쇄신에 소극적 반응을 보인 것도 정 실장 활용법 고민 때문이다. 하지만 정 실장이 물러나더라도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긴다면 대미 소통 약화 우려를 덜 수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 실장이) 막후 역할을 맡아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실장 바통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이어받을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대북통’인 서 원장이 안보실을 맡게 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해법 찾기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인선 자체가 독자적 남북협력 기조 강화 메시지인 만큼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미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먼저 최소한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야 한다”며 “정의용 특보-서훈 안보실장 조합이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의 레버리지를 더 키워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굳어지는 기류다. 정치인 발탁이 유력한 가운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의원 등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대통령 통일특보를 맡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공석이 된 국정원장의 경우 내부 승진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북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김상균 2차장이 승진, 기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교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