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봉쇄 해제?” 이제 유럽에 갈 수 있겠다고요? 유럽연합(EU)이 한국 등 14개 국가에 한해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지만, 각국이 제각기 다른 방침을 마련하면서 여전히 유럽 입국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입니다. 독일 정부는 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 국경을 다시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입국금지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이에요. 해제면 해제지, 대체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고요? 이들 국가가 자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해제하면, 독일도 해당 국가 국민의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독일의 이 같은 태도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체코 역시 한동안 무비자로 자유롭게 입국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체코인들의 입국은 허용하지만, 한국인들의 자유로운 체코 방문은 상호주의에 따라 불허한다고 밝혔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체코행을 꿈꿨던 많은 이들이 좌절하기도 했죠.
대체 상호주의가 뭐기에 이토록 여행객들의 발목을 붙잡는 걸까요? 쉽게 말하면 상호주의는 상대국이 우호적이면 우리 역시 우호적으로 대응하고, 비우호적이면 우리도 비우호적으로 대응하는 외교상 원칙이에요. 받는 만큼 돌려준다는 표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여행 제한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어요. 신천지발 집단 감염 사태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했을 때,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었죠. 이에 우리나라도 4월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증(비자) 면제와 무사증입국을 잠정 정지했어요. 당시 기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은 모두 148곳이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88개 국가가 효력 정지 대상이 됐어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지난 봄에도 상황은 비슷했어요. 일본 정부는 2월 말 대구, 청도로부터 입국을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입국자에 대해 2주 격리 방침을 내세웠다가 4월부터는 한국인의 입국을 본격적으로 제한했어요.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도 일본인의 무비자 방문을 중단하고 기존 비자의 효력도 정지시켰어요. 또, 일본 내 모든 공관에 사증을 신청하는 외국인에게 자필 건강상태확인서를 요구해 발급 심사를 강화하기도 했죠. 당시 우리 정부가 내세운 것은 바로 상호주의 원칙이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 56개국에 대해 사증 면제 협정을 정지해 둔 상황이에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면 상대국의 국민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 상대국에 입국할 때도 비자를 발급받아만 하겠죠. 아마 한동안 예전 같은 자유로운 해외 관광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전히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에서 확산 중인만큼 여행 욕구는 잠시 접어 둬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