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맞은 'K5' 강경화, 중간 점수는? 코로나 A, 북핵 C

입력
2020.07.02 14:51
외교부 혁신, 코로나 외교 대응은 호평
북핵 협상ㆍ한일갈등에선 존재감 미미


'K5, 5g, 5경화'. 

외교부 안팎에서 강경화 장관을 지칭하는 새로운 별명이다. 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을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숫자 5를 그의 이니셜과 이름 앞에 붙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인 강 장관은 지난달 18일로 취임 3년을 채웠다. 강 장관은 2일 국내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취임 3년을 맞이하게 될지도 전혀 예측 못했던 상황에서 3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숨 가쁜 하루하루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저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해 부족한 저를 뒷받침해준 우리 외교부 공관, 또 본부의 직원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이 나오는 가운데 강 장관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외교부 장관이 될 수 있을까. 그가 취임한 이후 외교부는 내부 개혁을 이뤘다고 평가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한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외교적 위상을 제고했다는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북핵 이슈나 한일 갈등 국면에서 강 장관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평도 있다. 앞으로 산적한 외교 현안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여성 관리자 비율 20% 달성, 부내 직원들과 소통 강화

취임 초기 강 장관은 ‘외교부 혁신 로드맵’을 내놓고 외교부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외부인사 공관장 보임 비율을 30%까지, 여성관리자 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 취임 3년을 기준으로 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전체 공관장 166명 중 외교관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는 40명(24%)에 달한다. 외교부 직제상 관리자에 해당하는 과장ㆍ심의관급 여성 비율은 2017년 3월 13.1%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9%까지 늘었다. 국장 이상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6.8%로 증가했다.

내부 문화 개선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강 장관은 취임 이후 부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타운홀 미팅’을 12번 가졌다. 신입부터 고참까지 직원들을 직접 만나 건의사항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는 취지였다. 한 외교관은 “수직적이고 위계가 강한 조직에서 상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내부에서는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2017년 취임사에서 “대기성 야근과 주말근무가 업무에 대한 헌신으로 평가되지 말아야한다”고도 했는데, 실제로 불필요한 추가근무 감소, 문서 작성 및 결재 시간 단축 등 외교부의 기존 문화를 일정 수준 변화시켰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또 국장급 직위에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직원을 발탁하는 등 ‘외시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해외 공관에 채용한 한국인 행정직원에게도 4대 보험을 적용하고, 주 52시간 근무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 국내 노동법령 개정사항을 즉시 적용하도록 처우를 개선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 코로나19 상황서 역할 발휘

 강 장관이 ‘혁신 로드맵’에서 제일 먼저 강조했던 건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였다.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재외동포영사국을 재외동포영사실로 격상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외동포영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기 파견 등 정부의 지원으로 귀국한 국민이 총 116개국 4만여명에 달한다.

한국의 방역 성과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제기구와 다자협의체에서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강 장관은 “코로나19로 대면외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웹세미나 등을 통해 현재까지 88개국, 37개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한국의 방역 경험을 공유했다”면서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 등 다자무대에서 우리 주도로 보건협력 우호그룹이 출범했으며, 이러한 장을 활용해 국제 연대와 협력을 결집하고 취약국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도 이 같은 성과가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강 장관은 “5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이미 잃은 코로나19는 보건 이슈이지만 안보 이슈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면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선도적인 모범을 보여준 우리나라가 그 논의에 참여해서 기여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남은 2년, 해결 요원한 외교 과제들


다만 강 장관이 취임 초부터 제기된 북핵 및 주요 4강외교 전문성 부족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외교부 안팎에선 강 장관의 현안 이해도와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아직 외교적 해법 찾기가 요원한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앞으로 남은 임기가 더 중요해졌다.

한껏 무르익었던 남북미 대화는 지난해 이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 장관은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 긴밀한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대화의 장에 다시 나오게 돼서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유연한 입장으로 그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온 한일관계도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가 그 통보를 정지해 둔 상황이다. 강 장관도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당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측과는 양국 정부 간 특히 외교부 간 대화를 통해서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은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 대처도 고민이다. 강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우리의 기본 외교정책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칙과 국익을 지키면서 전략적인 경제외교를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양자택일 압박이 거세질 경우 한국 외교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 장관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폐지를 촉구한 유엔 인권이사회 27개국 결의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의 제반사항을 고려해서 동참은 하지 않았지만, 일국양제하에서의 고도의 자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진하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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