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공모 청약부터 화제를 뿌린 SK바이오팜이 상장 첫날 상한가까지 오르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팜의 성공이 IPO시장 전반의 열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부진한 금융시장을 피한 상장 준비 기업들이 하반기에는 대거 IPO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에 상장된 SK바이오팜은 개장 전 시초가가 공모가인 주당 4만9,000원의 2배인 9만8,000원으로 결정된 데 이어,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인 29.59%가 더 올라 12만7,000원에 거래됐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2.59배로, 공모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의 수익률은 159%에 이른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은 9조9,458억원까지 불어났다.
IPO 투자자들 사이에서 SK바이오팜의 움직임은 이른바 ‘따상’으로 불린다.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작하고 개장 후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은어다. 2015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일 가격제한폭이 30%로 설정된 이후 코스피에서 ‘따상’은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첫 사례는 가격제한폭 설정 직후인 2015년 6월에 상장된 SK D&D였다.
SK바이오팜은 이미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 청약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 23, 24일 진행된 공모에 30조9,899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323.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증시에서 제약 바이오주가 고성장주로 분류돼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열기에 한몫하고 있다. 2일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를 각각 10만원과 11만원으로 제시했는데, 높은 관심을 받은 상장 종목이 상장 직후 열기가 식는 경향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이들 목표 주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의 성공을 계기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잠잠했던 IPO 시장이 하반기 활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PO에 대한 대규모 수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는 최근 6년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인수목적기업(SPAC)과 이전 상장을 제외한 일반 신규상장 기업은 코스닥에 12개가 전부였고 코스피에는 신규상장이 한 건도 없었다. 공모금액 규모도 4,000억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풍부한 유동성을 노린 IPO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7월만 해도 15개 기업이 신규 또는 이전 상장을 위한 본격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증시가 회복하면서 상장 예비심사 신청도 2분기에만 49건에 이르렀다. 통상 심사는 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들은 하반기 중 IPO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가운데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다수의 음악 그룹을 거느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게임부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등 큰 기대를 모으는 기업들도 끼어 있다.
하반기 IPO 기대감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IPO가 4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건 줄었고 규모도 8%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4~5월 극도로 위축됐던 IPO가 6월에 대규모 유동성에 힘입어 크게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 공모에 대한 관심이 (‘닷컴버블’이 있던) 1999년의 에너지를 연상시킨다”며 IPO 시장에서 지난해와 달리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가 높아졌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