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프로골프가 약 9개월의 침묵을 깨고 힘찬 샷의 향연을 시작했다. ‘조각 미남’ 홍순상(39)은 신들린 듯한 샷 감각으로 첫날에만 무려 10언더파를 기록하며 선두에 올랐고, 156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무려 120명이 넘는 선수가 이븐파 이상의 성적을 내며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낚시꾼 골퍼’ 최호성(47)은 아내를 캐디로 내세워 9언더파를 몰아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가 2일 경남 창원시 아라미르 골프 앤 리조트(파72ㆍ7,245야드)에서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을 통해 활짝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9개월 만의 정규투어 대회다. 이날 열린 1라운드에서부터 선수들은 호쾌한 샷과 정교한 퍼트로 ‘버디 파티’를 펼쳤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관중 개최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버디를 잡은 뒤 중계카메라 앞에서 화려한 리액션으로 골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날은 올해 KPGA 선수회 대표로 뽑힌 홍순상의 무대였다. 그는 첫 홀부터 버디를 낚은 뒤 3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이후 무려 6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면서 전반을 6언더파로 마쳤다. 후반 10번~14번까지 5개홀을 파로 막은 홍순상은 파3 15번홀에서 무려 28.5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상승세를 탔다. 1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더니, 파5홀인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거리에 붙인 뒤 이글 퍼트까지 성공했다.
10언더파는 프로 데뷔 이래 자신이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겨울부터 그린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아이언 샷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고 밝혔던 그는, 이날 완벽에 가까운 경기운영으로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와 코스레코드를 갈아치우며 2013년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 이후 7년 만의 우승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올해 선수회 대표를 맡으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 경기 결과로 자신감이 회복된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JT컵 이후 약 7개월만에 대회에 출전한 최호성도 자신의 첫 홀인 10번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가장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는 이날 맹활약의 비결로 ‘캐디 아내’ 황진아씨를 꼽았다. 최호성은 “아내는 골프와는 무관한 사람”이라면서도 “아내 덕에 마음이 편해 경기가 더 잘 풀린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인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자 양용은(48)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지난해까지 자신이 뛰던)JGTO가 8월 대회를 모두 취소하고, 9월 대회도 하나 둘씩 취소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이라며 KPGA 투어의 소중함을 전하면서 최근까지 KPGA 후배들과 3차례 실시한 미니투어 성과에 대해선 “선수들이 여럿이 모여 실전 감각도 끌어올려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