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21)가 낮은 탄도로 빠르게 담장을 넘어가는 ‘빨랫줄 홈런’의 진가를 선보이고 있다. 이대호(롯데), 최정(SK), 로베르토 라모스(LG) 등 기존 파워 히터들의 ‘대형 홈런’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홈런이어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전에서 5회 상대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2점짜리 홈런을 터트렸다. 잘 맞았지만 비교적 낮은 타구 각도였기에 ‘외야 깊숙한 장타’ 정도로 예상됐다. 타구는 그러나 총알같이 빠르게 뻗으며 담장 밖으로 향했고 추정 비거리 131.7m짜리 빨랫줄 홈런이 됐다.
KBO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PTS(Pitching&Hitting tracking system)로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이 홈런의 발사각은 겨우 18.8도, 타구 속도는 무려 171.6㎞에 달했다. 평범한 안타로 끝났을 각도의 타구에 괴력의 힘이 실리는 바람에 라인드라이브 성으로 쭉 뻗어 나가 홈런이 됐다는 뜻이다. 지난달 21일 롯데전에서 친 홈런도 21.1도(161.4㎞)에 불과했고, 5월 17일 삼성전과 19일 한화전에서도 각각 23도(172.7㎞, 157.2㎞)짜리 ‘저탄도 홈런’이 나왔다. 5월 10일 두산전에서 나온 홈런은 발사각이 29.6도로 다소 높았지만 타구속도는 무려 178.6㎞를 찍으며 엄청난 을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강백호가 터트린 11개의 홈런을 분석한 결과, 평균 발사각은 27.3도, 타구속도는 163.1㎞였다. 리그 홈런 평균 발사 각도가 28.7도, 타구 속도가 155.7㎞인 점을 고려하면 강백호의 홈런은 훨씬 낮고 빠르다.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들과 비교해도 홈런 타구의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대형 홈런’의 대명사 이대호의 경우 올 시즌 홈런 가운데 가장 낮은 탄도를 보인 것은 6월 3일 NC전 홈런으로, 발사각 21.8도에 타구속도는 159.3㎞였다. 최정의 최저 발사각 홈런도 21.8도에 158.7㎞였고, 라모스의 홈런도 22도, 154.3㎞였다.
이렇듯 발사각 20도 이하의 홈런은 흔치 않다. 지난 2017년 플레이오프에서 김재환(두산)이 발사각 17도(171㎞)짜리 홈런을 만들어 낸 적은 있지만, 강백호처럼 자주 선보이진 않았다. 강백호는 지난해에도 수원 한화전에서 발사각 18.9도(185.7㎞) 홈런을 친 적이 있다.
이는 몸통 회전력을 활용하는 강백호 특유의 타격폼에 특유의 힘이 접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백호는 “팔로우 스윙에 집중하려 하는데 이것이 마치 타격폼이 커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고 이강철 KT감독도 “(강백호는) 손목보다 몸통 회전력을 더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외인 타자 중에도 이런 스타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