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유명 가수 겸 작곡가 하자루 훈데사(34)가 의문의 피살을 당한 가운데 그의 죽음과 관련한 항의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시민들은 지난달 27일 밤 총에 맞아 숨진 훈데사의 죽음에 분노해 아디스아바바 등 지역 곳곳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특히 아디스아바바에서 약 100㎞ 떨어진 아다마에서는 군경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실탄까지 발사하는 바람에 10여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훈데사의 시신이 안치된 아디스아바바의 한 병원에는 수백명이 모여들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국 각지의 애도 물결이 동영상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경찰은 훈데사를 살해한 용의자들을 체포했지만 자세한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의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 출신의 훈데사는 인권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며 인권운동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훈데사의 노래는 오로모족의 반정부 시위에서 자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NYT는 "많은 사람들이 훈데사의 노래가 오로모족이 탄압에 맞서 싸우도록 격려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이번 피살 사건은 에티오피아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 등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아디스아바바 내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시위대의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비 아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훈데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시민들에겐 침착함을 요구했다. 그는 "이 흉악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전체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상황의 중대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현지에서의 활동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아비 정부의 치안부대가 사법적 집행, 강간,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남용해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지난해 접경국 에리트레아와의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자국 내 부족 갈등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