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취지 존중해야

입력
2020.07.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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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 결정은 단지 권고사항이므로 이를 거부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사심의위 절차 진행 중 돌발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고배를 마신 검찰로서는 이번 수사심의위의 결정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사실 이번 수사의 원인이 되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은 수사 착수 당시부터 법리적으로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검찰이 2018년 11월 금융의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접수한 후 1년 8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별건수사 방식으로 시세 조종, 부정 거래 혐의 등을 추가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 이유는 영장까지 청구했던 사안을 불기소처분 하게 되면 스스로 무리한 수사임을 자인하게 되므로 검찰 생리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공개적으로 기소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편승해 수사의 정당성을 도모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법치주의의 수호자인 검찰이 객관적으로 도출된 여론을 무시하고 일부 동조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의존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즉,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권력의 시녀라는 이미지를 아직 탈피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검찰개혁 차원에서 대검찰청 예규 운영 지침에 근거하여 설치되었다. 그 취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제3자인 전문가들로부터 확인받기 위함이었다. 검찰 스스로 제3자를 통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국민들에게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 역시 운영 지침에 포함시켜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지난 2년여간 총 8차례에 걸친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은 모두 수용해 왔다고 한다. 권고를 거부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부당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삼바 건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검찰시민위원회의 동의와 검찰이 보유한 인력 풀(POOL) 중에서 무작위 추첨된 수사심의위원들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과 귀를 천으로 가린 채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검찰의 모습은 칼만 들고 있는 디케의 모습일 수 있다. 진정한 디케의 모습을 갖춘 검찰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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